The Pss Pss (2009) No Love Boy





지금은 없어진 번호이지만,
아직도 단축키 1번에 고스란히 지정되어있는 번호가 있다.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라는 안내 음성이 나와도,
그냥 그 번호로 전화를 걸고있다는 행위 자체가 좋아서
몇번이고 전화를 걸곤 한다.

저녁을 먹고 난 산책길에- 어김없이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어제까지와는 달리,
지금 거신 번호는 없는 번호입니다- 라는 안내음성이 아닌,
뚜우- 뚜우- 하고 신호음이 들려와서, 적잖이 놀랬다.

익숙한 목소리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응. 하고 받아줄 것 같은 묘한 착각.
그렇게 1분 5초가 다 지나서 음성사서함에 들어갈 때까지,
잠자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신호음을 들었다.

결국 받지는 않았다.

그리고 집에 들어와서
얼굴에 팩을 바르고 누워서 책을 읽고 있는데,
벨이 울렸다.

단축키 1번,
그 번호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을 때만 울리도록 지정해놓은 벨.

그 벨소리가 울리기는 너무도 오랜만이어서..
나도 모르게 무심코, 기쁜 마음으로
응. 하고 받았다.
그리고 응 이라는 소리가 입밖으로 새어나가는 순간 아차 했다.
그 번호의 원래 주인일리가 없는데.

역시나, 건너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타인의 것,
의심에 가득 찬 여자의 것이었다.

여보세요?

왠지 정신이 퍼뜩 들었다.
얼른 여보세요. 라고 고쳐 말했다.

누구세요?
들려오는 목소리는 여전히, 날카롭다.

아.
그래. 이 번호의 새 주인이겠거니.

나는 순간 시치미를 뗐다.

아... 어디에 거셨어요?

부재중전화가 찍혀있어서요.

아 잘못걸었나봐요 죄송해요.

그러고는 끊었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주인이 생겨버린 이상 그 번호로 난 이제,
멋대로 전화를 걸 수는 없을테지.

차라리 영원히, 주인 없는 번호로 남아있길 바랬다.

그리울 때마다 아무도 모르게, 마음껏 전화를 걸 수 있도록.

언제까지고 그와 나만의 번호로, 남아있을 수 있도록..


2009-10-6 Wed. pm 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