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 Metheny (2003) Time goes on





그동안 보이지 않던 나 자신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더니-
모든 것이 확고해졌다.

자신의 상태를 이렇게 명확하게 이해하고, 납득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환자가, 또 있을까?

하기사 이렇게 귀결될 수밖에 없었던 날들을,
가장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아마도, 나일테니까.

...

평화롭고 싶다.

최근 나는, 집에서도 회사에서도,
친구들 앞에서도 남자들 앞에서도,
격한 감정의 변화를 보이지 않으면서 차분하고 조용히 지내고 있지만..

평화로움과 그저 조용함-은, 엄연히 다르다.

평화로움에는,
'그저 조용함' 뒤에 이어지는 폭발하는 분노도 없고..
앞뒤 재지 않고 저지른, 계획되지 않았던 충동적인 행동들로 인한
곤란한 상황도 없다.

나의 조용함은, 만성적 공허를 뜻하고,
나의 조용함은, 정서적 위기감으로 인한 긴장상태를 뜻할 뿐이다.

나는 이런 상태를 탈피하고 싶은 마음에,
이런 나를 보완하고 싶은 마음에 어떠한 대상-
'다른 누군가'를 이용한다.

즐겁고, 행복하고,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이는 시간이,
아주 잠깐 지속되지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그들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했다가
너무 많이 실망해서.. 괴로워하는 나를 발견한다.

그렇게- 환희에서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은, 순식간.

둘도 없는 애정의 대상에서, 지상 최대의 원수로 돌아서게 되는 것도 순식간.

난 그들이 내게 준 실망 이상으로
그들에게 실망을 안겨줄 만한 일.. 충격과 슬픔을 안겨줄 일들을 궁리하고,
벌려놓는다. 어떤 형태로든 상관없이, 나 자신을 망가뜨려가면서 까지.

그렇게 오랫동안 계속 되어온, 못 된 짓들. 위험한 짓들..

'못 된' 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 그것들이 옳은지 그른지 조차 분별할 수 없게 된지는 오래다.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아무렇지도 않게 일삼아 온지 오래다.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더 이상 실감조차 나지 않는다.

애매하다.

결국 난 어떻게 하면 좋을까.
혼자 있어도 견딜 수 없고, 누군가와 함께 있어도 그런 식으로 밖에는 될 수 없다면.
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실 답은 이미 나와있다.
그런데 아직 그대로 이행하지 않는 걸 보니,
기운이 남았나보다. 덜 지쳤나보다.

.....


누군가를 실컷 원망이라도 하고 싶지만,
그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걸 누구의 잘못으로 돌릴 수 있겠냐고.

...............

신은 결코 짖궃거나 잔혹하지 않다.

그저 존재하지 않을 뿐이지.



2009-10-23 Fri. 1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