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아라타 대만족

드디어 서울에서 다시 가고 싶은 스시야를 찾았다.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스시아라타라는 곳이다.

음식도 휼륭하고,
츠마미는 양식 터치가 가미되어있고
스시는 우선 샤리가 내가 좋아하는 적초라는 것, 그리고 네타의 풍미도 한점 한점 모두 좋았다.

서비스도 더할 나위없으며,
셰프님 설명과 접객도 깔끔하고 적당히 친근하게 대해주시고(개똥같은 츤데레 타입 아니심)
매니저분 서비스도 부담스럽지 않고 차분 (목소리만 하이톤으로 올라간다고 서비스질도 올라간다고 착각하는 업장과 다름)

가격적인 측면도 합리적인 편이다.
거기에 사케 페어링까지 있고 업장 인테리어와 분위기, 좌석도 괜찮다.

아쉬운 점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스시에 있어서 매우 정제된 단순함을 추구한다면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다.

첫 예약인데 운(?) 좋게 헤드셰프님 바로 앞의 가장 좋은 자리에 앉았다.

조리모쓰시는 분들 넘 좋아.

그리고 굳이 사진은 찍지 않았지만
흔히 스시야 조리대 안 쪽에 흔히 보이는 싱크대가 아니라
뒷쪽으로 개수대가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그것도 손님 입장에서는 깔끔해보이고 좋았다.
(어쩌다 싱크대 바로 앞으로 안내를 받으면 일단 자리를 바꿀 수 있는지 물어본다.
아무리 깨끗하게 관리한다해도 식사하면서 그닥.. 바로 눈앞에서 보고 싶지는 않은 곳이기 때문.)

주류 메뉴 요청하고 사케페어링을 부탁드렸다.
꽤 유명해서 스시아라타에 가면 사케페어링은 무조건이지. 처럼 되어 있는 것도 같던데.
5만원에 7잔이 나오는데 사케 설명도 잘 해주신다.
총 500ml 정도 마신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씀하셨는데 과연 호방하게 따라주시더라.
참고로 와인 콜키지는 3만원인데
주종이 얼마나 달라지는지는 모르지만 이정도면 굳이 따로 와인 사들고 갈 필요가 없다고 느꼈다.

첫 술 하기노츠루 준마이긴조는 잘토잔에 따라주심.
향도 좋고 적당히 프루티하고 첫 잔으로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첫 츠마미가 나오는데 이건 프렌치에서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한 비주얼이다.

단새우, 프로마쥬치즈 / 네기도로, 파, 김부각. 굳.
네기도로는 조금만 간이 더 되어 있으면 훨씬 더 맛있었겠다고 생각했다.

이어서 남발게가 나왔다.

게살과 게장.
옆에는 상큼한 토사즈에 절인 오이 그리고 토사즈젤리.
(토사즈=가츠오부시+식초)

참 좋아하는 시라꼬인데

밑에 대구살도 있다.
소스는 유자폰즈, 맨 위에는 간 무.

호타루이까. (불똥꼴뚜기)

부드러운 꼴뚜기에 겨자맛이 알싸하게 느껴지고 굳.

두번째 사케는 꽃미남. 하하ㅋ

일본에서야 흔하다해도 한국에서 이렇게 마시기는 처음이다.
나중에 곽에 있는 술을 잔에 따라 마시면 히노끼향이 배어 첫 잔과는 또 다른 향이 느껴진다.

넘실넘실 너무 좋잖아.

다섯번째 츠마미는 구운 전복+느타리버섯+감자밀푀유.

가지런히 놓인 전복 밑에 깔린 것이 감자 밀푀유.
첫 디쉬에 치즈를 쓰는 것부터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는데 츠마미가 서양요리를 넘나들듯 정말 다채롭구나 느낀 부분.

사시미 모리아와세.

아래에서부터 엔가와, 방어뱃살, 아까미, 시메사바.
평소 기름진 부위를 좋아해서 엔가와도 방어뱃살도 참 맛있게 먹는데 아까미가 특히나 정말 맛있게 숙성되어 있었다.
시메사바는 엄청 오래 시메한 건 아닌 듯 그렇게 쎄지는 않았다.

청어 이소베마끼. 최애 중 하나. ㅎㅎ

청어의 고소함과 영양부추, 생강, 시소의 상큼한 조합.
두 점 아니고 세 점이라 더 좋다.

8번째로 나온 히라메(광어)와 안키모(아구간).

이것도 개인적으로는 간이 좀 더 되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금이나 간장을 요청할까도 생각했지만 첫 방문에 예의도 아닌 것 같고 끝까지 주시는대로 먹어보자 생각했다.

세번째 사케는 나베시마 도쿠베츠준마이.

역시나 넘치도록 따라주셨는데.
단순히 많이 줘서 신났다기보다 일일이 잔받침을 같이 주시는 것이 무척 좋았다.
품격있는 서비스를 위한 세심함이 느껴졌다.

흰살생선, 새우살, 대게살 완자. 그리고 지금 제철인 순무를 슬라이스해서 올린 스이모노가 나오고..

너무 맛있었던 옥돔구이.

비늘에 기름을 끼얹어 익힌 와카사야끼.
츠마미에만 들어가는 수고가 대단하구나 라는 생각이. 안주방 요리팀도 참 바쁘실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고.
껍질의 크런치한 식감 너무 좋고, 부드러운 살점도 진한 우엉향의 앙소스와 함께 샥샥.


이렇게 스이모노 제외 총 9개의 츠마미의 향연이 끝나고
살짝 배가 불러올 때 쯤; ㅎㅎㅎ 니기리가 시작된다.

마다이(참돔)

적초를 쓰시네. 모르고 갔는데 이것 또한 취저.
겉으로는 평범해보이지만 킥이 있다.
네타 아래에 대파의 흰 부분을 넣으신다고 한다.

스즈키(농어)

참 예쁘다.
우매보시와 시소, 라임즙을 뿌리고 핑크솔트까지.

쿠루마에비(보리새우)

언제 어디서 먹어도 덤덤하게 지나가는 피쓰.
익힌 재료를 그렇게 좋아하지 않기 때문.

네번째 사케는 시치다 준마이.
청포도향이 날거라고 설명해주셨던 것 같은데

하하 살짝 흘렸다.

쥬도로.

쥬도로 한 점도 평범하지 않게 예쁘게 말아서 주신다.
네티와 샤리 사이에 토로로콘부(명주다시마)를 넣어 입안에 들어가면 녹아 없어지면서 감칠맛만 남도록 하셨다고.
간이 좀 있는데 참 맛있었다. 아 또 먹고 싶네.

아지(전갱이)

대파, 생강을 간장에 절인 것이 올라가 있다.
특유의 비린 맛을 잡아주며 조화가 좋다.

아까가이(피조개)

탱글탱글 쫄깃쫄깃.
조개류도 그닥 선호하지는 않는 편이라 덤덤하게 먹었고

김에 싼 금태구이.
물론 맛있었지만, 김은 사토시가 진짜 좋은 거 쓰는듯. 사토시는 김찐맛집하세요.

아까미 쇼유 즈케.
보이는데에서 절이던 즈케. ㅎㅎ
나는 나중에 앵콜로 이 즈케를 청해서 먹었다.

다섯번째 사케는 치바카라 준마이.

예쁜 아까미와 함께 투샷.

9번째 스시는 시메사바.(초절임고등어)

이렇게 먹어본 적이 있던가? 살점이 보이도록 뒤집어서 주신다.
나 오동통해요! 라고 하는 듯 하다. 굳.

다음은 오도로가 나왔는데 역시나 그냥 나오지 않고.. 아부리를 하셨다.
어째 포스팅이 엄청 길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이것은 내 탓이 아니다 ㅎㅎ

오도로의 기름기를 불질로 좀 더 올리려는 의도겠거니.
하지만 나는 스시에는 불을 쓰는 것보다는 안 쓰는 쪽을 더 좋아한다.
첫방문이라 사실 감상이 자세하지 않은데 재방문해서 다시 느껴보고 싶다.

내사랑 우니(성게알) 군함말이.

보니까 훗카이도 네무로산 우니를 쓰시더라.

마지막 사케가 나왔다. 유키노보우샤 야마하이 준마이.

이 잔이 참 예뻤다. 갖고 싶다고 느낌.

마지막을 알리는 아나고가 나오고.

두툼하고 크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것도 어딜 가든 덤덤하게 지나가는 녀석.
워낙 배가 부른 상태이다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앵콜스시는 즈케.
그런데 지금 사진보면서 포스팅하다보니 쥬도로가 엄청 먹고 싶다.
다음에 가면 앵콜 쥬도로 할란다 ㅎㅎㅎㅎ

아나고가 마지막인 줄 알았지?
진짜 마지막을 알리는 교꾸가 나와야지.

물론 그 전에 이 큼지막한 것 먼저 드시고 (포스팅이 길어지다보니 점점 헛소리를ㅋㅋㅋ)
한입에 먹어야 맛있다는 것을 알고 그렇게 말씀도 해주셨지만.. 역시나 내겐 좀 커보여서 죄송하지만 잘라 달라고 했다.

(여담으로-_-;;: 예전에 어디선가 후토마키 먹다가 엄청 고생한 썰 푼다.
안 그래도 큰 놈이 꼬다리 부분이라 더 컸는데, 어찌저찌 입에 넣긴 했지만 씹으면 씹을수록 혼파망이었던 것이
자칫 잘못하면 입에서 튀어나올 정도로 양볼은 점점 포화 상태가 되고 결국 목구멍까지 밀고 들어가면서
숨도 쉬기 버거워졌던.. 난감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입에서 다시 뱉어내거나 사레들리거나 하는 대참사만은 피해야한다는 생각에
호흡에 엄청 신경써가면서 입가리고 입술에 안간힘을 줘가며 삐져나오지 않도록 꾸역꾸역 씹는데.. 하핰
진짜 1분 1초가 1시간 같았음 ㅋㅋㅋ -_-;;
과장 안보태고 다 먹고 나서 볼이랑 입주변 근육이 아파왔던… 맛이고 나발이고 느낄 수가 없었다.
본인 입 크기에 클 것 같으면 그냥 잘라달라고 하자. 잘못하면 골로 갈 수도..)

진짜 마지막으로 디저트 귀여운 모나카가 나오고

술도 진짜 마지막으로 디저트 리큐어가 나오고!

2시간 반에 걸친 대향연이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짝짝짝짝..
포스팅이 긴 건 내 탓이 아니랑께요. 너무 길었으니 갈무리를 좀 해보자면,

아마에비와 치즈, 네기도로와 김부각.
남발게.
시라꼬와 대구살.
호타루이까.

구운 전복과 감자밀푀유.
사시미 모리아와세 - 엔가와, 방어뱃살, 아까미, 시메사바.
청어 이소베마키.
히라메와 안키모.

옥돔구이.
여기까지가 스이모노 제외 츠마미 9종이고 이어서 스시는
히라메.
스즈키.
구루마에비.

쥬도로.
아지.
아까가이.
노도구로야끼.

아까미즈케.
시메사바.
오도로.
우니.

아나고.
앵콜 아까미 즈케.
후토마끼.
교꾸.
앵콜 포함 총 15피쓰의 스시가 나왔다.

다음은 사케페어링 한 것들.

하기노츠루 준마이긴조.
비죠오후 토쿠베츠준마이.
나베시마 토쿠베츠준마이.
시치다 준마이.

치바까라 준마이.
유키노보우샤 준마이.
잔파 시쿠와사.

스이모노 포함 25개의 디쉬, 리큐어 1종 포함 7잔의 술.
이걸 다 먹다니!! 배부르다고 싸가시는 분들도 계시던데 돼단한 나 칭찬해.
(그런데 싸주는 것도 처음 봄. 신기했다.. 보통 신선도때문에 나중에 괜히 문제되고 진상날까봐 밖으로 안 빼줄텐데)
6시 반 식사가 시작되었는데 거리두기때문에 두시간 반만에 다 먹으려니 막판에는 좀 서둘러서 먹어야 했다.

여의도의 빛~ 영등포의 빛~ 가까이 사는 나로서는 넘나 좋은 것!
여기는 언젠가 어머니를 모시고서나 혜리를 데리고서도 방문할 의사가 있다.
츠마미나 주종에 얼마나 잦은 변주가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2월은 다른 일정이 있고 3월이 되면.. 아니면 봄 즈음이려나.

잘 먹었습니다 김현식 셰프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