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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글을 씁니다 태풍 그리고 싸가지들

김세츠 2024. 1. 3. 06:52


1. 작년 가을 초대형 태풍이 서울을 정통으로 지나간다고 해서 엄청 걱정하고 있는데 그런 나를 보고 외국에 사는 지인이 자기네 나라에도 태풍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한 적이 있다.
진짜 내가 무슨 말은 들은거야 싶었던.. 자기도 그런 거친 비바람을 맞아보고 싶다나..?
평소 착하다고 생각하던 친군데 진짜.. 문득 드는 생각이 지금 일본에 지진 나서 사람들 두려워하고 힘들어하는데 거기에다 대고도 나도 머리 위로 뭐 떨어지고 땅울리는 거 경험해 보고 싶어 이러려나 궁금해진다. 애도 아니고 내일 모레 마흔인 아재인데 저런 생각은 혼자 맘 속으로나 하지 당사자한테 굳이 표현하는 건 사실 좀 지능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모지리…
말 안하고 가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

2. 세대 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요새 흔히 말하는 MZ 세대들이려나.
85년생인 나도 그 안에 들어가긴 하던데 풉 영광입니다 응?
여하튼 내가 주로 거부감을 느끼는 연령대는 20대 극 초반부터 후반 정도. 협업이나 일로 엮였을 때 많이 느낀다. 귀찮은 일은 하기 싫어하는 티가 팍팍 나고 대충 하는 게 눈에 보이며 그 과정에서 본인이 싸질러 놓은 똥을 치우는 사람이 나온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야말로 민폐와 이기주의의 첨단을 달리는 애들이 있다.
본인의 말투나 표정은 생각 안 하고 거래처 직원이 불친절한 것 같다고 징징대는 것도 부지기수다. 이봐.. 오는 말이 고와야 가는 말이 곱다고 나한테는 다들 엄청 잘해주셔;;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인데 본인의 애티튜드가 어땠는지부터 되돌아보라구. 조금이라도 더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성과를 내 보려고 싹싹하게 구는 할미들이 보면 기가 찰 노릇이지.
그런 애들 특 또 주인공 자리는 절대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다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으려는? 가끔 지 기분 좋을 때 스윗한 언동으로 잔망을 떠는데 백이면 백 클럽 가서 새로운 남자 꼬셨거나 성형상담이 잘 되었거나 그럴 때더라.
물론 이건 세대를 막론하고 자의식 과잉에 그냥 싸가지 없고 예의 밥 말아먹은 애들이 ‘그런 것’ 일 확률이 높다.
그리고 와중에 안 그런 애들도 있다. 본인의 소명을 다 하려고 노력하는.. 존나 소중하다…
또한 이런 생각도 한다 나도 한때는 누군가에게 그보다 더한 철부지였을 것이며 발암이었으리라. 얘들도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젠가 누군가에게 빛과 소금같은 존재가 되고 그러겠지. 그래서 아무 말 안 한다.
다들 그런 때가 있는 거라고 그냥 이해하려고 해본다.
지금 저 나이 대의 저 아이에게는 너무 고민이 많고 작은 디테일들을 챙길 여유가 없어, 고민이 없다는 것조차 고민이 될 나이니까. 지금 저 아이는 나름대로 자기 에너지를 자신만의 본능적인 우선순위에 맞게 적절히 분배하려고 애쓰며, 열심히 살아 내고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그 똥 내가 치워 줌. 너희도 나중에 어른 되면 애기들이 싼 똥 화내지 말고 닦아주고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