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집 앞에 나가서 분갈이를 했다.
부산에서부터 서울까지.
벌써 1년 이상 함께 하고 있는 디시디아와 스킨답서스.
상태가 너무 안 좋아졌다.
이 사진은 그나마 건강할 때 찍은 사진이고 최근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음. 물을 줘도 뭔가...
행잉플랜트라서 제대로 된 화분에 심어져있는 것이 아니다보니 물 주면서 흙이 많이 빠져나가서 그런가...
그래도 지금까지 버텨온 게 대견하다.
이대로 방치하면 죽는 것은 정해진 운명으로 보였다.
얘들을 죽이기는 싫다...
날씨도 따뜻해지고 해서 집 앞 공원에 나가 작은 화분에 옮겨 심어 주었다.
다이소에서 작은 화분 두개, 분갈이 3종 세트라는 흙, 그리고 장난감같은 삽을 사와서 작업에 돌입..
이때 산책나와 벤치에 앉아 계신 아주머니 아저씨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았는데 뭔가 급 시선집중되는 듯했다.
질문도 좀 받음.
그런 삽은 어디서 사요? .
그건 이름이 뭐야?
가위로 조심조심 좁고 답답한 집에서 꺼내준 흔적.
작은 생수병 하나 가져와서 나도 마시고,
화분으로 옮기고 나서 초록이들한테도 한 모금씩 주고 ㅎㅎ
바닥에 널부러진 흙은 삽으로 모아서 공원 화단에 뿌려주고
나머지 쓰레기들은 가져간 파란 봉다리에 넣어서 가져옴. 이마트 쓱배송 봉다리 ㅋ
다시 건강해져다오. 죽지 말아라. 너희 죽으면 마음이 너무 안 좋을 것 같다.
집으로 데려와 햇볕도 좀 받고 그러라고 창가에 자리를 잡아줬다.
그래봤자 이 집이 서향이라 직사광선은 받지 않지만.
옆에는 요즘 새순이 돋아서 무럭무럭 자라라고 역시 침실에서 창가로 옮겨준 뱅갈고무나무.
그리고 이 날 공원에서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다.
정리도 다 했겠다 이제 저 두 녀석을 품고 떠나려는데
계속 지켜보고 계시던 주변 어르신들 중 한 분이, 할아부지 한 분이 저기, 어이. 하고는 부르셔서
잠깐 대화를 나눴다.
네.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었는데, 어디 살아?
저 쪼오기 살아요. ㅎㅎ
아 나는 저기 사는데.
아 저희 오빠 거기 살아요 그래서 저도 거기 자주 가요!
오빠? 몇 동.
104동이요. ㅎㅎ
아까부터 계속 보고 있는데, 표정이나, 하는 게.
생명을 귀하게 여기고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이런 행복한 사람이랑 같은 동네에 살아서 참 좋구나. 생각을 했네.
ㅎㅎㅎ
뒷정리도 직업의 영향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참 귀감이 될만 하구나.
ㅎㅎㅎ 감사합니다.
주변에 앉아서 듣고 계시던 다른 어르신들도 뭔가 흐뭇한 표정으로 끄덕끄덕 하고 계시길래
안녕히 계세요 ㅎㅎ 하고 제자리에서 반바퀴 돌면서 인사를 여러번 하고 돌아왔다.
짧은 대화였는데 하루종일 기분이 좋았다.
저 공원엔 항상 할아버지 할머니들 많이 앉아 계시는데
이 날 이후로 지나갈 떄마다 슬쩍슬쩍 자꾸 쳐다보게 된다.
그로부터 열흘 지난 오늘자 사진. 초록이들은 건강해지고 있습니다. 다행이죠.
그 공원은 창문밖으로 보이는 저 곳입니다.
횡단보도 기준으로 왼쪽 울타리 안은 김창똥네 아파트 단지, 오른쪽이 공원이요.
정말 가깝죠. 저도 가끔 나가서 앉아있고 싶기도 한데. ㅎㅎ
다들 잘 지내고 계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