썩어가는 영혼에도 불구하고
아이 때문에 주변의 시선 때문에,
어김없이 반복되는 일상 때문에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위해 새로운 출발을 하기엔 부족한 용기와 자질 때문에,
참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을 난도질해놓은 파트너와 여생을 함께 하기로 한 이들을 본다.
자신을 언제든지 다시 해할 수 있는 사람 곁에 머무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하는 그들.
시도 때도 없이 떠오르는 기억과 치밀어 오르는 감정들은 어떻게든 버텨내야만 한다.
난 괜찮아. 아니 반드시 괜찮아야해. 주문처럼 자신을 속이고, 필사적으로 위선을 부린다.
여성으로서의 존엄은 사라진지 오래,
관계를 유지시킬 수 있는 유일한 명분인 희생적인 아내를 연출해 보인다.
순진무구한 자녀는 가장 좋은 아이템이 된다.
말은 못해도 가정마다 사연이 있을 것이라며 다들 그렇게 살고 있는 것이라며
본인도 역경에 맞서 가정을 지키고 있는 것이라며 애써 자위해보지만
사실은 전혀 괜찮지 않다는 것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자아가 끝없는 공황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을 뿐이다.
타성만이 하루하루를 지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버린 삶.
존경할 수 없는 부모 밑에서 자라날 가여운 아이.
그렇게 부모의 업보는 저주가 되어 되물림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