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 왔다.
후.................
시골에 내려오는 길은 울화통이 터질 듯한 짜증과 스트레스로 급성 발진이 일어날 정도지만,
막상 마당에 발을 들이면, 해저물 때 감나무 밑에 앉아서 따뜻한 걸 마실 때면, 홀가분하니 잘 왔지 싶다.
나는 고양이 밥을 주고
엄마는 저녁을 준비하시고
큰외삼촌은 마당에서 하던 일을 정리하신다.
이렇게 어두워졌는데 아직도 뭐가 보이시나? 용하지 싶다.
나이먹은 사람들이 짜게 먹어유 라고 하시며 점심에 추어탕집에서도 젓갈에 김치를 더 청하시더니
오늘 저녁 된장찌개는 그런 삼촌 입맛에 맞춰서인지 유난히 짜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음...
엄마는 서울에 계실 때 우리가 먹는 상에 올라왔던 생선의 찌꺼기같은 것을 따로 모아서 상하지 않게 냉동실에 얼려두신다.
그리고 시골에 내려오실 때 그것을 챙겨서 가져오신다.
고양이들 갖다주면 엄청 잘 먹는다고 하시더니, 얘들이 걔들이구나 정말 그렇구나 싶다.
생선가시가 목에 걸릴 수도 있어서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 사람이 먹던 음식은 염분이 많아서 안 좋다, 온갖 인터넷잡학지식을 설파해봐도,
뭐래냐~ 자기네들이 알아서 다 잘 발라 먹는데. 쟤들 이집저집 다 다니면서 쥐도 잡아먹고 뱀도 잡아 먹는다. 우리 때는 그런거 안가리고 다 줬는걸 뭐. 내지는 묵언(뽀루퉁) 으로 응수하신다.
내 손으로 밥그릇을 내다주고 코를 박고 허겁지겁 발라 먹는 고양이들을 보면서,
누군가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해본다.
언젠가부터 한국에 들어올 때마다, 어머니에게 잔소리를 굉장히 많이 하게 되었다.
마치 엄마가 알고 있는 것들은 잘못 된 상식이었다는 듯이, 엄마의 사고방식을 고쳐주려는 듯이.
어머니는 '내가 그렇게 못 미덥나' 싶은 눈치같기도 하다.
사회생활 안하신지도 꽤 되었고, 아버지가 워낙 드세시다보니 안 그래도 항상 주눅이 들어계신데..
나라도 엄마가 우주 최강!! 해드려야되는데 사실,
용돈이나 그런 것은 섭섭치않게 드리는 편일지라도 경제적인 지원과 별개로 정서적으로는 꽤나, 쪼는 편인 것 같다고 느낀다.
나는 내가 항상 엄마편이라는 것을 엄마가 알고 느끼고 매사에 자신감을 용기를 가지셨으면 좋겠는데 뭔가 자꾸 의도와는 반대로 되는 것 같다.
어렸을 적 내가 알던 멋쟁이 커리어우먼엄마의 모습은 더이상 찾아볼 수 없이 희미해지고, 당신이 그토록 진저리치시던, 구질구질하게 지내지좀 말라고 구박하시던 외할머니를 그대로 닮아가는 행동양식을 보면서,
어디 가서 혹시라도 젊은 사람들한테 답답하다, 짜증난다라든지 하는 괄시는 받지 않았으면 싶고, 혹시라도 누가 속으로라도 무시하지 않았으면 싶어 자꾸자꾸자꾸자꾸 일거수일투족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자꾸자꾸 엄마를 가르치려드는 듯한 내가 꼴보기 싫다. 내가 뭘 안다고, 내가 뭘 얼마나 안다고 가르치려들어.
아까는 내가 왜 이러는걸까, 내 마음은 이게 아닌데, 엄마가 우울해할 때 곁에는 못 있어주면서 돈으로 때우는 주제에 막상 같이 있을 땐 항상 날선 목소리로 싫은 말뿐인 딸밖에 못 되는 걸까,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속이 상해서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물론 엄마는 못 보게 고개를 확 돌렸지만.
나는 어머니에게 고양이에게 그런 걸 갖다주면 안좋아요.. 라고 말을 하긴 했지만 결국엔 어머니가 고양이들이 좋아하겠지~ 하며, 고양이들을 떠올리면서 음식물을 모으셨을 그 감정, 시간, 수고가 헛되이 되는 것이 싫었고, 내가 아는 상식의 선에 반하는 행동을 했다.
고양이를 진정으로 위하지도 못했다. 배고파서 쥐도 잡아먹고 뱀도 잡아먹는 마당에, 정크푸드냐 오가닉이냐 가릴 처지가 아니겠지 하고 어물쩡 넘어가본다.
결국에 이럴꺼.. 그냥 잔소리안하고 어화둥둥 얼쑤얼쑤하는게 나았으려나 싶기도 하다.
음.........
이 고양이들은, 바싹 마르고, 코앞에 있는데도 쓰다듬고싶은 마음이 전혀 들지 않을 만큼 털도 거칠어 보인다.
인스타그램이나 블로그에서나 보아오던, 토실토실하니 귀엽고 영롱한 눈빛의 고양이들과는 완전히 다른 거친 짐승처럼 보인다.
먹는 모습이 야무지면서도 처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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