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반쯤 비교적 한산하고 조용한 지하철2호선
한 여자가 꽤 격앙된 목소리로 전화통화를 하며 전차에 올라탔다.
금방 끝날 줄 알았지만(?) 그녀는 세 정거장 정도를 지나치면서 더욱 더 흥분상태로 돌입.
샤우팅을 동반하고 바닥에 주저앉는가 하면 발을 쾅쾅 구르기까지.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하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쓴소리를 하지는 못했다.
왜냐, 그녀의 입에서 터져나오는 소리는 바로 일본어! 였기 때문이다.
오까상~ 오또상~ 다메요~ 치가우! 이랬쌌는데-_-
사람들은 당연히 일본인-외국인 이라고 생각하는지 그저 수군대기만 할 뿐...
감히 다가가서 조용히 하라고 제지하지를 못하는 상태였다.
하지만,
부모님이 뭐 당장 일본으로 돌아오라고 하는건가..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반대하기라도 하는건가..
어쩜 저렇게 공공장소에서 발광을 하는지 내용이 궁금해져서 가만히 들어보니
그녀가 뱉고 있는 말들은 일본어가 아니었고, 그녀는 일본인도 아니었다.
오까상, 오또상, 다메요, 치가우 이 네가지는 확실하게 아는 말인지 반복을 엄청나게 해대고
그 외에는 모두 모두 말도 안되는;;; 발음만 비슷하게 흉내낸 엉터리였다.
정말 듣는 내가 오그라드는..;;; 으으윽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속아넘어가고 있는 듯 했다.
내 옆에 아저씨들은 '일본여자가 화나니까 더 무섭네. 허허허.' 라며-_-;;
그 말을 듣자 "엄한 일본여자 망신시키지마.." 라고 가서 쏘아붙여주고 싶어지더라는;
그 여자는..
그렇게 네 개 정도의 역을 지나칠 때까지 엉터리일본어로 악을 쓰며 주목을 받다가
누군가 신고를 했는지 멀리 승무원의 모습이 보이자 재빨리, 천연덕스럽게 내렸다.
내려서도 전화기를 얼굴에 대고 있던데,
통화 중이지도 않은거면서 그냥 들고서 쑈하는거면서 참..;;
연기연습이라도 한걸까...
세상엔 별 미친 관심종자들이 많다는 걸 새삼 느낀 저녁이었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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