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5일에 다녀온 일식 오마카세 모노로그 뒤늦은 기록.
모노로그 상징과 같은 그림 액자.
연극에서 독백을 뜻하는 모노로그.
요리사는 배우가 되고 손님은 관객이 된다는 컨셉으로
식사가 시작되기 전에는 이렇게..
마치 연극이 시작되기 전처럼, 조명이 꺼져 있고 장막이 쳐져있음.
불이 켜지고
무대의 막이 올라갑니다. ㅎㅎ
모노로그의 연극은 이렇게 그날 요리할 식재료를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쩅한 조명덕분에 사진이 잘 나와서 사진을 참 많이 찍은 것 같다. 사진 찍을 시간을 충분히 주기도 하고..
나중에 셰프님하고 얘기하는데 "사진에 진심이시네요" 라고 ㅋㅋㅋ
술을 마실까 안마실까 하다가 역시 맛있는 요리에 한 잔도 안 마시는 건 너무 아쉬워서..
3잔짜리 사케 페어링을 주문했다.
가격도 저렴하고(45000원) 전체적인 음식의 양과도 적당히 맞는다.
5잔 페어링도 있는데 그건 좀 서둘러서 꿀꺽꿀꺽 마셔야 할 것 같다.
천천히 홀짝홀짝 마시기에는 3잔으로 충분. (어디까지나 내 기준)
이미 좀 마셔서 그렇지.. 찰랑찰랑할 정도로 저 잔 한가득 따라준다.
바로 눈앞에서 이렇게 요리가 준비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음식 기다리는 시간이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첫번째 디쉬. 영귤안에 들어있는 이쿠라 참 예쁘다.
버섯도 있고 새우도 있고 아나고도 있고 안키모도 있고..
단호박인줄 알았던 당근퓨레도 정말 맛있었고.
두번째 디쉬. 꽃게 껍데기 위에 꺠알같은 꽃게모양 ㅎㅎ 보이시나요.
버섯과 다른 재료들에 가려서 안보이지만 발라준 게살이 들어있습니다.
세번째 디쉬. 배 위에 올린 사시미 모리아와세.
이건 파도랍니다.
계란 노른자와 함께 먹는 참치 칭찬해.
두번째 사케. 정말 한 잔 가득 따라주심. ㄷㄷ
네번째 디쉬는 도빙무시.
영귤을 짜서 즙을 조금 뿌려서 잔에 따라 호로록.
호로록♥
다섯번째 디쉬. 표고버섯 버거. 모노로그를 대표하는 메뉴라고도 할 수 있는.
번 대신에 두툼하게 올라간 표고버섯 우와앙.
맛있습니다.
여섯번째 디쉬는 상큼한 스다치(영귤)소바.
클렌저처럼 지금까지 먹어온 것을 싹 씻어주는 느낌도.
이 다음에 튀김이 나오는데 그 뒤에 나오는 게 낫지 않았을까 생각도 해본다.
일곱번째 디쉬 버섯 튀김.
은행잎 모양은 가을을 형상화한건데 조금 부서졌다 ㅎㅎ
튀김인데 버섯향이 장난없음.
세번째 사케도 저렇게 콸콸 한 잔 가득.
여덞번째 디쉬는 나베. 고니 때깔좀 보세요.
아홉번째 디쉬 솥밥. 이거 진짜 맛있었음.
국물과 함께 밥을 냠냠.
야마고보즈케, 뱃다라즈케 등 내가 좋아하는 츠케모노들까지.
원래 밥 많이 안먹는데 맛있어서 한그릇 더 먹음 ^^
열번째 마지막 디쉬는 푸딩푸딩.
솥밥과 디저트를 제외하고 먹은 걸 간단히 정리해보면 이 정도.
이날 아쉬웠던 점은 고기가 한 점도 없었다는 것.. 흑흑
계절에 어울리는 메인테마는 정해져있다고 해도(버섯처럼)
세세한 것은 그날그날 수급에 따라 달라서 솥밥에 올라가는 재료도 그때그때 다르고..
약간의 아쉬움 + 복불복이 있을 수도 있다.
여름에는 내가 좋아하는 우니가 잔뜩 나올꺼고 겨울에는 굴이라던가 방어라던가? 또 뭐가 나오려나.
계절마다 찾아오는 재미가 있을 법한 곳이다. (비슷한 류의 업장으로는 미토우, 고료리켄 등이 있습니다.)
셰프님이랑 대화도 많이 하고 맛있고 즐거운 식사였음. ╰(*°▽°*)╯
도쿄에서 먹던 음식들이 더욱 더 그리워지기도.
잘 먹었습니다.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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