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그럭저럭 지내고 있습니다.
4월 17일부터 어머니의 고향에도 다녀오고, 친오빠네 집에도 다녀오고 하느라.. 바빴(?)습니다.
어머니의 고향은 작은 시골 마을이라, 사방이 논밭이고 (https://sech.pe.kr/301) 하루 종일 사람을 마주칠 일이 없을 정도이기 때문에
마스크를 안 끼고 마음껏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읍내에 나갈 때는 마스크를 꼈는데요, 정말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모두, 마스크를 끼고 다니시더군요.
시골에서 먹은 것들 위주로 사진을 올려볼게요.
여기서부터는 반말이에요. (°▽°)
4월이지만 아직 좀 쌀쌀하니까 방에 있는 난로에 물주전자를 하나 올려놓고 훈훈한 기운을 뿜뿜.
전형적 시골밥상. 김장김치 꺼내고 부대찌개 끓이고 대충~ 그래도 꿀맛이다. (*≧∀≦*)
다음날은 밭일을 하러 나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차림으로 ㅋㅋㅋㅋ
봄이라 꽃이 많이 폈더라. 벌써 지는 꽃도 있고.
풋마늘도 뽑고
버섯도 따고
상추도 따고
이건 쑥갓.
바구니에 이만큼 뽑아놓은 파. ㅎㅎ
이건 머위.
머위 따는데 그노무 고질적인 기립성 저혈압 때문에 힘들어 죽는 줄. (T_T)
큰외숙모가 깎아주신 참외.
올해 첫 참외인데 너무 달고 맛있었다!
동네 고양이 녀석들.
엄마가 시골 갈 때마다 밥을 챙겨주니까 엄마가 오랜만에 와도 어떻게 아는지 떼로 몰려든다.
이건 시골 도착한 날 환기시키려고 창문을 열으니 어느새 밥 달라고 모여있는 녀석들의 모습 ㅋㅋㅋ
원래 이렇게 많지 않았는데 새끼를 보고 또 보고 해서 이렇게 대가족이 되어버린 길냥 패밀리.
조기 굽고, 밭에서 딴 파로 만든 파무침에, 김장김치로 만든 김치볶음과 두부부침!
두부는, 엄마가 지나가는 말로 정은이는 계란이랑 두부 없으면 밥 못 먹어~ 이러니까 큰외삼촌이 어느샌가 덜렁덜렁 사 오셨더라는.
큰외삼촌은 사랑이다.
근데 이제 정말 나이가 많이 드신 게 보여서 걱정이 많이 된다.
일하실 땐 목장갑 좀 끼시라고, 산속에서 일하다가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일 나니까 조심하시라고, 핸드폰도 꼭 좀 챙겨 다니시라고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된다. o(`ω´ )o
이건 외할아버지 산소 갔다 오면서 읍내 나가서 먹은 삼겹살.
이 날 둘째외삼촌네랑, 이모네까지 다 와서 정말 오랜만에 같이 밥 먹었네.
이건 내가 큰외삼촌 만들어드린 카레.
시골 내려갈 때부터 만들어드리려고 내가 좋아하는 골든카레 루를 가지고 갔다.
내 카레는 별다른 건 없고 그냥 계란 스크램블을 곁들여 먹는다는 것과 대파를 송송 썰어서 위에 토핑처럼 얹어 먹는다는 것.
대파는 큰외숙모께서 썰어주셔서 아무 말 안 했지만 원래는 저것보다 훨씬 잘게 썰어야 합니다.
된장찌개도 끓여 먹고.
봄이다 보니 지천에 깔린 초록이들 가져다 썰어 넣고 끓이면 이보다 맛있을 수가 없다.
이건 어느 날인가 방에서 엄마랑 테레비보고 있는데
마당에 인기척이 들리길래 보니 큰외삼촌이랑 큰외숙모가 읍내에 나가서 치킨을 사 오심..
여기도 치킨 배달 같은 거 해주나?라고 지나가다 말한 게 전부였는데
그걸 정은이가 치킨을 먹고 싶구나 라고 생각하셨던 듯.
덜컹덜컹 용달을 몰고 읍내까지 이걸 사러 가셨을 두 분 생각하니 너무 감사했다... (T_T)
다 같이 도란도란 맛있게 잘 먹었다!
큰외숙모가 만들어주신 잡채.
베트남에서 약식으로 자주 만들어 먹었는데 ㅎㅎ
남이 만들어준 거 먹기는 오랜만이었다.
한국에서 잡채는 아무래도 잔치음식, 손님 대접용 이란 이미지가 있지 않은가?
치킨에 이어 잡채까지 이쁨 받는 기분~을 만끽하고 왔다! (T_T) 헤헷.
큰외숙모는 옛날부터 손이 크기로 유명하셨다..
이건 장항 쪽으로 나가서 먹은 회!
일본식 숙성회도 맛있지만 한국식 활어회도 정말 맛있어.
깻잎에 마늘 풋고추 쌈장을 같이 올리고 아앙 한 입 가득 싸 먹는 그 맛이 좋아.
병어회도 정말 고소하고 맛있음. 조금 더 달라고 하니 더 주심.
이런 건 한국에서만 가능할 거야. 역시 우리나라 좋아.
빠질 수 없는 산낙지.
이대로도 맛있지만 다시에 재운다던가 하면 엄청 좋은 술안주가 될 것 같은데.
매운탕거리는 싸와서 다음날 저녁에 끓여 먹었다.
이건 둘째외삼촌이 사주신 부엉이 돈가스.
나는 처음 먹어봤는데 검색해보니까 여기저기 체인점이 많이 있더라.
매운 토마토 스튜가 같이 나오는 걸로 시켰는데 맛있었다!
둘째외삼촌한테 저 다음에 오면 또 돈까스 먹으러 가요!라고 하니까 많이 웃으셨다. ㅎㅎ
큰외삼촌네서 삼겹살 구워 먹으며 맥주 한 잔. 캬아.
이건 올라오기 전 날 야식으로 만들어먹은 노브랜드 볶음우동.
시골에 노브랜드라니?? 사실은 집에서 가지고 간 것.
도시처럼 원하는 재료를 아무 때나 나가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입맛이 까다로운 은똥이가 혹시 반찬 없다고 밥을 잘 안 먹을지도 몰라..라고 걱정하셨던 오마니였다.. (감사와 죄송한 마음의 콤보)
맛있게 먹고 쿨쿨 자고, 이 다음날 삼촌들이랑 이모 용돈 드리고 귀경.
헤어질 땐 언제나 아쉽고 눈물이 난다.
시골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조금 천천히 가자고, 조금 내려놓을 줄 알자고, 생각하게 된다.
아직 때묻지 않고 고민도 없었던 시절, 방학 때마다 와서 놀던 곳이라 그런지 슬픈 생각, 안 좋은 생각을 하다가도 이곳에 오면 맘을 조금 고쳐 먹게 되는 듯하다.
밭일하고 나물거리로 가득 찬 소쿠리를 끼고 두렁을 걷다 보면 심신이 건강해지는 걸 느낀다.
정화되는 곳.
"내"가 시작된 사람, 우리 엄마의 인생의 출발점.
앨범 꺼내서 엄마의 젊었을 적 사진도 보고, 그리운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 사진도 보고,
산소도 다녀오고, 함무랑 하부지 얘기하다가 울기도 하고.
이 집이 천년 만년, 아니 적어도 나 죽을 때까지는 그대로 있어줬으면 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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