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인증.jpg/독거 3단의 살림 테트리스

테이블 러너로 죽어가는 서랍장 살리기

 

 

 

두둥

 

 

3, 4년 전인가 필요에 의해 구입한 3단 와이드 서랍장.

특출 나게 예쁘거나 고급지진 않지만 크게 나무랄 것도 없는 무난한 디자인에 1200 * 800 * 400 사이즈로 적당한 크기, 튼튼, 실용적이라 불만 없이 잘 써 온 아이.

사실 실물을 보고 생각한 느낌과 사뭇 달라 실망했는데 반품이 번거로워 그냥 킵한 것이었다지. 

 

 

 

 

 

 

그런데 이번에 독립해서 이사를 하며 가지고 와보니, 옆면의 상태가 뭔가 좋지 않다.

내가 해외에 나가 있는 동안 이 녀석은 부모님을 따라 서울에서 서천으로, 서천에서 부산으로 옮겨 다녔고 그 사이 이런 흔적이 남은 모양이다.

이사하면서 요즘 스타일의 갬. 성. 넘치는 가구들로 새로 싸악 바꾸고 싶은 욕심이 들지 않았다면 거짓말.

하지만 이상하게 처분하는 것이 머뭇거려졌다. 

 

부산으로 귀국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가만 보니 서랍 앞 쪽으로 검은색 끈끈이, 아마도 박스테이프를 붙였다 뗀 흔적 같은 것이 엄청 묻어있길래 깨끗이 닦아준 일이 있는데, 아무래도 이삿짐센터에서 내용물이 쏟아지지 않도록 마구잡이로 테이핑 해서 그렇게 된 것 같았다. 아무튼 이리저리 실려 다니면서 고생했을 걸 생각하니, 불쌍해. 버리기가 미안해.

애착이 생겨버렸다고나 할까. 이제 나도 한국에서 안정을 꾀하고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나랑 같이 오래오래 잘 살자.

 

하지만 이대로 쓸 수는 없어.

이것저것 검색해서 아무리 닦아봐도 지워지지는 않고... 내가 혈기왕성하다면 백골 상태가 될 때까지 사포질 하고 오일스테인 바르고 바니쉬 마감해주고 뭐 그렇게 해줄 수도 있겠지만-_-

나는 연약하고, 독거인이고, 지금은 추운 겨울이고, 작업할 곳도 말릴 곳도 없다는 현실.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 최소 가려주기로.

 

 

 

 

 

 

그래서 주문한 테이블 러너.

테이블 러너는 식탁에 까는 이런 긴 모양의 천을 이야기한다.

뭐 식탁이든 서랍장이든 내가 깔고 싶은 데 깔면 되는 것이지.

 

 

 

 

 

 

테이블 러너는 폭 30에 길이 170.

폭 40에 길이 120의 서랍장 위에 올리니 이런 느낌으로 적당하다.

반대쪽은 어차피 벽에 붙여놨기 때문에 위에 물건을 올려 스르륵 떨어지지 않게만 하고, 이렇게 한쪽으로만 늘어뜨려주었다.

 

 

 

 

 

완전히 가려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확실히 눈에 덜 띈다. 

이 아이는 이제부터 침실에서... 속옷이나 양말, 잠옷을 넣어놓는 서랍장 겸, 화장대로도 활약할 예정. 

 

 

 

 

 

맨 윗 단에는 양말, 속옷, 잠옷 같은 것들을 넣어놓고 속옷과 잠옷 사진은 찍지 않음 ㅋㅋㅋㅋ

두 번째 단에는 머리 할 때 쓰는 드라이어와 고데기, 헤어롤 같은 것들.. 그 외 손이 자주 가는 잡동사니들. 

세 번째 단에는 귀중품, 통장, 중요 문서, 여권, 잘 들고 다니지 않는 장지갑 같은 것들을 넣어놓았다.

 

 

 

 

 

 

상판에는 거울과 화장품들을 올려놓고 앞에 의자를 갖다 놓았다. 그러면 화장대지 뭐. 

스킨케어 제품은 전부 욕실장 안에 들어 있고 여기는 자외선 차단제부터 메이크업, 향수 정도만. 

 

테이블 러너 하나로 분위기가 참 많이 달라졌다.  

한 겨울에는 체크무늬같은 것을 깔아놓으면 그것만으로 홀리데이 시즌 분위기를 낼 수도 있겠다.

그렇게 시즌 별로 바꾸는 재미가 있을 듯 ^^

나의 저렴이 3단 와이드 서랍장 씨, 이제부터라도 잘 부탁해. 힘내주쎄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