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파와 현관 사이 자리잡고 있는 나의 소중한 초록이들. ^^
현관 옆에 아무런 가림막도 없이 거실이 두둥하고 위치해있어서 물리적, 심리적 공간 구분을 목적으로 여기에 두었다.
거실은 꽤 싸늘하고 바로 옆이 현관이다 보니 문 열고 닫을 때마다 외풍에 냉해로 혹시 죽어버리면 어쩌나 걱정도 좀 했는데 고맙게도 잘 자라주고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잘 잤니?" 밖에 나갔다 오면 "잘 있었니?" 가끔 뜬금없이 "너희 괜찮니?"라고 묻기도 한다-_-;; 실화
물론 이 아이들은 대답이 없지만... 하하하.
지금은 선반 덕분에 키가 높아져서 그냥 바닥에 놓았을 때보다 좀 더 확실하게 그 역할을 해준다.
저렴하고 실용적인 선반인데 뼈대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은 싫었고
습도 체크하고 물주고 하다보면 흙이 떨어지는 일도 있어 청소가 골치아파질까봐 러너를 깔았다.
화분, 원목 선반과 잘 어울릴 법한 린넨으로다가. 잘 어우러지는 것 같아 만족 만족.
걷어서 털고 가끔 빨아주면 되니 간단 간단.
화분이 바닥에 그냥 놓여있을 때는 저 공간을 그대로 다 차지했는데 선반 덕분에 수납이 늘어서 좋다.
2단에 바스켓을 놓고 공구와 습도계와 물뿌리개 같은 원예용품을 정리해두고,
밑으로는 슬리퍼들을 놓으니 딱이다.
하나는 아직 텅텅 비어있는데 앞으로 뭐가 더 늘어나면 채워지겠지.
내가 쓰는 습도계는 이것. 초반에 나무 젓가락으로 찔러서 흙상태를 보곤 했는데 이게 정확하다.
TV 옆에는 녹보수가 있다.
해피트리로 할까 녹보수로 할까 살짝 고민했었는데
녹보수가 해피트리보다 짙은 녹색을 띠고 목대가 얇아서 잎사귀 쪽이 상대적으로 더 풍성하게 보인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 녹보수로 들여오게 되었다.
처음에 우리 집에 왔을 때는 잎이 너무 무성해서 목대도 전혀 보이지 않고 다소 답답해 보일 정도였다.
지금은 아래쪽을 중심으로 살짝 가지치기를 해주었더니 숨통이 트여 보이고 훨씬 보기가 좋다.
침실에는 뱅갈고무나무와 디시디아, 스킨답서스가 있다.
디시디아와 스킨답서스는 이삿짐 트럭에 실려 부산에서부터 서울까지 올라온 아이들이다.
올해 초 부산으로 귀국 후 집에만 틀어박혀 있다가 처음으로 기분전환 삼아 외출을 나간 곳이 꽃시장이었고 거기에서 연이 닿은 아이들.
그렇게 나와 함께 부산에서 몇 개월을 같이 살았고,
싱그러운 초록잎이 무럭무럭 자라나는 걸 보면서 나도 조금씩 기운 내야지 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애정이 있어서 그림으로 그리기도 했다.
그러니 너희를 내가 어떻게 두고 오겠니. 죽어도 내 옆에서 죽으렴... 물론 죽이진 않을 거야... ← 으응??;;;
뱅갈 고무나무는 순전히 꽃말 때문에 산 것이다.
뱅갈 고무나무의 꽃말은 영원한 행복.
사실 야레카야자와 홍콩야자의 경우도, 멋지고 귀여운 것도 있지만 꽃말 때문에 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야레카야자의 꽃말은 '부활', 홍콩야자의 꽃말은 '행운이 함께 하는 사랑'이다.
작년은 여러모로 충격과 공포 그리고 침체의 시기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내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무렵,
타이밍도 기가 막히게 코로나가 터져서 세상이 나와 함께 같이 멈췄다는 것일까-_-??
만약 코로나가 없었고, 세상은, 사람들은, 모두 아무렇지 않은데 나의 세상만 무너져 내려버린 것이었다면 아마 더 견디기 힘들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가끔 하곤 한다.
물론 코로나는 싫다. 사라져야 한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충격을 다소 완화시켜줄 만큼, 타이밍은 쌉(!)이었다. 이 말 싫어하는데 이 표현이 가장 느낌이 잘 표현되는 것 같다;;
어찌 됐든 저찌 됐든 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도.
부활의 시기, 행운이 함께 하는 사랑, 그리고 영원한 행복이 찾아오길 바랄 뿐이다. ㅎㅎ
코로나도 이제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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